서울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받은 가장 값진 선물이라면 시민들의 지지와 신뢰이다. 그 다음으로 귀한 선물을 꼽으라면 [예스24] 독자들이 선택하고 보내준 “박원순 시장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50권”이다. 사무실로 배달된 몇 박스의 책은 바로 좋은 서울시정을 바라는 우리 시민들의 간절한 꿈이고 소망이기도 하다. 그 책 무더기를 집으로 옮겨놓은 후 나는 큰 부채감을 느끼며 한권씩 읽고는 있으나 너무 속도가 더디다.
너무 바쁘다. 하루해가 언제 떠서 언제 지는지 알 수가 없다. 아침 조찬약속에서부터 저녁 만찬 약속까지 하루에 빼곡히 짜인 일정을 따라가다 보면 하루가, 일주일이, 한 달이 언제 지나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그 과정에서 제대로 독서할 시간을 가지기 어렵다. 몇 번 시도했다가 손을 놓고 말았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독서노트를 써 보기로 했다. [예스24]의 독자들이 이렇게 성의를 기울여 책을 서서 보내주었는데 그 성의와 기대를 저버릴 수 없지 않은가?
1.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불편한 진실
보는 사람에 따라 세상을 이해하는 각도도 천차만별이다. 2009년 영국의 여행전문지 [론리 플레닛]은 서울을 최악의 도시 3위로 뽑았다고 한다. 그 후 [뉴욕 타임즈]는 서울을 가볼만한 곳 3위로 꼽았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어찌 보면 서울은 가능성과 절망을 함께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서 천국이 될 수도 있고 지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실 뉴욕과 서울을 “재미난 지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경훈 교수가 쓴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를 읽으며 서울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가야 하는지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서로 함께](나를 포함하여 서울시 간부들이나 직원들, 시민들이 참가하여 진행하는 독서토론 모임, 여기서 書路는 책의 길이라는 뜻에서 붙인 것이다)에서 첫 번째로 선택되었고 이경훈 교수도 토론자로 초청받았다.
이경훈 교수는 이 책 서두를 [섹스 앤 더 시티]라는 영화로부터 시작했다. 이 영화에 대해 이교수는 ‘걸어서 출근하고, 걸으며 사랑하고, 거리에서 이별하거나 옛 애인을 마주치기도 한다. 그리고 거의 매회 주말아침에 모여서 브런치를 즐기며 서로의 지난 한주를 이야기 한다’고 소개한다. 결론은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계속 걷는다.’는 것이다. 이 주인공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지만 아무도 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는다. 뉴욕에서는 걷는 일이 멋진 일이 되어있었다. 적어도 이 드라마 속에서는.
이 놀라운 사실은 서울을 떠올리면 하나의 충격으로 다가온다. 서울에서는 누구나 차를 타고 다닌다. 집에서부터 직장까지, 교외에서나 도심에서나 모두 차를 몬다. 주택단지에서나 도심 직장에서나 주차가 걱정이다. 도심은 막히고 대기질은 좋지 않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집까지 자동차나, 버스를 타고 오는 바람에 걸을 기회가 없다. 그러다보니 동네 가게들이 장사가 안 되고 마을경제가 울상이다.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나는 과거 변호사 할 때 기사가 딸린 승용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혀 걸을 기회가 없이 자동차만 타고 다녔다. 매년 지리산 종주를 연례행사로 했는데 그때마다 지옥 가는 느낌을 가질 정도로 힘들었다. 왜냐하면 평소에 걷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반면에 늘 걸어 다녔던 아내는 다람쥐처럼 잘 걸었다. 나중에 내가 시민운동가가 된 다음에는 내가 다람쥐가 되었다. 자기 사업을 하면서 자동차를 몰게 된 집사람은 산의 초입부터 호흡이 가빴다. 나는 뚜벅이가 되었고 집사람은 자동차 족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경훈 교수의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서울을 “걷는 도시”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가지게 되었다. 걷는 도시로서의 서울에 사는 시민은 우선 모두가 건강해질 것이다. 일부러 운동을 하지 않아도 걸어 다니면 건강해질 수밖에 없다. 동시에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강화함으로써 자동차의존도를 줄여야 한다. 특히 도심 안에서는 사람들이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친 보행자적’인 시설을 강화할 생각이다. 덕수궁 길, 가로수길 같은 길을 많이 만들 것이다. 인도나 보도블록을 개선할 것이고 가로수도 좀 더 많은 그늘을 드리우고 더 많은 산소를 공급하도록 만들 것이다. 보도블록 혁신의 10계명을 이미 발표했고. 친 보행자적인 보도개혁방안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늘 걸으며 쇼핑도 하고, 서로 우연히 만나 대화도 즐길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울은 보행자 도시로서 변모해 갈 것이다. 시민들의 신체적 건강은 물론, 인간관계의 건강과 공동체 회복이 이루어지고 무엇보다 퇴근길 골목길에서 아이들 먹을 것을 사들고 들어가는 아버지들이 많아지겠지. 그런 꿈을 꾸고 있다.
2. 부도위기에 내몰린 지방정부를 살리기 위하여
지금 현재 국가 빚이 상당하고, 지자체도 마찬가지인데 제대로 된 시정을 펼치는데 도움을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예스24 아이디 salvatoree)
살바토리님이 저에게 읽어보도록 한 이 책은 왜 국가부도가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하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지를 설명한 책이다. 아마도 이 나라의 국가재정의 위기를 꿰뚫어본 독자의 애국충정의 마음이 저를 인도한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부채는 심각한 상황이다. 국채와 차입금을 포함한 나랏빚은 774조 원으로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63%에 해당하는 액수이고 한해 예산을 훨씬 뛰어넘는 숫자이다. 특히, 국가가 공무원과 군인들에게 지급할 연금도 나랏빚인데 무려 342조 원에 달했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국가자산 대비 부채비율이 50.8%로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건전한 편이라고 밝혔지만 그 나라들에 비하면 우리가 취약한 점들이 많은 것을 더불어 고려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발터 비트만은 국가부도라는 유령이 세계를 횡행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2007년 봄 이후 금융위기가 점점 고조되면서 많은 나라의 정부 및 중앙은행은 국제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해 더욱 대규모로 개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금융위기가 채무위기로, 마침내 국가부도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목할 일은 복지의 지나친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복지국가는 이미 수 십 년 전에 재정조달 능력의 한도를 넘어섰다. 공공부채 저편에는 감춰진 국가부채가 존재한다. (중략) 사회보장급여는 장기간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지만 그 소요자금은 완전히 확보돼있지 않다. 자금 확보에 필요한 요율 인상이나 급여축소계획은 정치적 고려 때문에 단념하게 되고, 사회시장 경제 체제 하에서 계속 함부로 내팽개쳐지고 있다’ (p.84)
유념할 만한 부분이다. 그러나 이 분석은 복지국가가 확립된 북유럽이나 서유럽의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 오히려 가장 잘 복지가 발전되어 있는 북유럽은 경제위기에 몰려있는 남유럽과는 달리 복지와 재정안정을 동시에 이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복지가 반드시 국가부도로 이어질 것이라는 추론은 타당하지 않다. 다만 한번 복지가 이루어지면 그것을 줄이기는 쉽지 않으므로 재정건전성을 늘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또한 저자 발터 비트만은 숨겨진 국가부채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운영하는 사회보험이 그것인데 실업보험, 의료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 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특히 연금보험은 장기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그 보험금을 국가가 미리 준비해두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당장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장기간에 걸쳐 미래에 걸쳐 국가는 큰 부채를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기 정부 임기 중에 생겨나지 않은 문제라고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되는 것이다.
국가의 과도한 지출만이 아니라 민간부채도 국가부도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금융업계를 포함한 수많은 기업들은 적정 수준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민경제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기업체의 붕괴를 막기 위해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을 정도로 개입하는 나라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뿐만 아니라 가계부채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이 무리하게 소비자 신용을 쓴다면 그것을 갚을 가능성이 사라지게 되고 그것은 사회적 문제가 되고 국가의 조치가 필요하게 된다. 오늘날 과도한 가계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는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계해야 할 일에 대한 진언이 담긴 책이다. 대한민국의 정책을 결정하는 주요 공직자나 정치인, 나라의 경제적 미래를 고민하는 지식인들은 모두 읽어두어야 할 책이라 하겠다.
3. 신영복 교수님께서 배우는 삶의 교훈들
신영복 교수님은 우리 시대의 스승이다. 스스로 오랜 시간 고통의 삶속에서 길어 올린 정화수 같은 말씀들을 우리에게 전해주신다. 청년시기 감옥에 들어가 장기수로 오랜 세월 형극의 세월을 보냈다. 마치 조개가 이물질을 삭이면서 만들어진 물질이 바로 진주이듯이 삶은 그렇게 고난 속에서 영글어지는 것인가 보다.
신영복 교수님이 랜덤하우스에서 낸 [처음처럼]은 늘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읽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더 나은 삶을 가꾸기 위한 필수교양서가 아닐 수 없다. 주옥같은 글들이 빼곡히 가득 차 있다. 어느 것을 인용하고 어느 것을 고르기가 힘들다. 그래도 지금의 나에게 꼭 필요한 것 몇 가지만 골라 마음에 새겨두고 싶다.
①저울의 추를 권이라 합니다. 저울대가 평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추입니다. 서양의 권력이 힘power를 뜻하는 것과 대조적입니다. (177면)
그렇습니다. 권력은 힘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권력은 사람사이의 분쟁과 갈등을 조정하고 울퉁불퉁하고 차이나는 것을 고르게 하고 힘들고 서러운 사람들을 달래고 돕는 권위이고 배려이고 봉사입니다.
②머리 좋은 것이 마음 좋은 것만 못하고, 마음 좋은 것이 손 좋은 것만 못하고, 손 좋은 것이 발 좋은 것만 못합니다. 관찰보다는 애정이, 애정보다는 실천이, 실천보다는 입장이 더욱 중요합니다. 입장의 동일함, 그것은 관계의 최고 형태입니다.(174면)
저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시민과 같은 자리에 서 있고자 합니다. 늘 현장에 서 있으려 합니다. 그래야 문제와 대안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시민들의 마음을 일고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함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야 함께 이루고 함께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시민이 시장이고 시장이 시민입니다.
③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 주역사상의 핵심입니다. 궁극에 이르면 변화하고, 변화하면 열리게 되고, 열려있으면 오래 간다는 뜻입니다. 양적 축적은 결국 질적 변화를 가져오며, 질적 변화가 막힌 상황을 열어줍니다. 그리고 열려 있을 때만이 그 생명이 지속됩니다. 부단한 혁신이 교훈입니다. (171면)
엄격하게 짜여진 관료사회는 안정을 가져옵니다. 서울시는 4만6천명의 공무원이 일하는 거대한 관료체계입니다. 안정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변화가 필요합니다. 저의 사명은 변화입니다. 변화는 투명성에서 비롯된다고 저는 믿습니다. 모든 것을 열어두어야 시민들이 알 수 있고 그래야 시민들의 참여가 가능합니다. 비판이 두려워 모든 것을 꽁꽁 숨겨놓던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열어 두고 때로는 비판과 질정이 있어야 고쳐질 수 있습니다. 비판을 두려워 문을 닫으면 곰팡이가 생기고 썩기 마련입니다. 그곳에 햇볕을 쏘이면 곰팡이는 사라지고 어느 사이엔가 예쁜 꽃들이 피어날 것이라 믿습니다. 신영복 선생님의 가르침이 힘이 됩니다.
④ 가장 먼 여행 - The longest journey for anyone of us is from head to heart. 인생의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합니다. 냉철한 머리보다 따뜻한 가슴이 그만큼 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 하나의 가장 먼 여행이 있습니다. Another longest journey is from heart to feet.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입니다. 발은 실천입니다. 현장이며 숲입니다.(50면)
냉철한 머리로 사고하고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가슴으로 이해하고 가슴으로 교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으로 멈추면 의미가 반감되는 법이지요. 바로 현장에서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 역시 그렇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의견을 묻고, 다양한 과정을 거쳐 심사숙고하되 일단 결론이 나면 과감히 실천한다는 원칙입니다. 냉철하게 판단하되 옳다는 결심이 확고히 서면 좌면우고하지 않고 곧바로 결행해야 합니다. 사실 서울시정은 너무나 복잡하고, 너무나 많은 일거리로, 결심거리로 가득 차 있습니다. 늘 미루기만 하면 하나도 이루어질 일이 없습니다.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일은 시간을 묵혀가며 고민하되 또 많은 일들은 전광석화같이 결심하고 실현해야 합니다. 그것을 골라내는 것도 지혜입니다.
⑤서울 - 서울 600년 기념 서예 큰 잔치에 출품한 작품입니다. ‘서’는 산같이, ‘울’은 강물같이 썼습니다. 北岳無心五千年, 漢水有情七百里 라는 방서를 달았습니다. 작품과 함께 제출하는 해설에는 이렇게 썼습니다. “북악은 왕조를 상징하고, 한수는 민초를 상징한다. 북악산은 5천년동안 무심하기 그지없지만, 한강수는 민초들의 애환을 싣고 7백리 유정하게 흐르고 있구나” (35면)
서울은 자연도시이고 역사도시입니다. 아름다운 북악과 한강을 비롯한 자연이 서울 제일의 랜드 마크 입니다. 거기에다가 서울은 조선 6백년의 수도이고, 한성백제 5백년의 도읍입니다. 그 자연과 역사가 우리의 서울을 풍요롭게 만들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근세 100여 년 동안 우리는 그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보존하고 가꾸기는커녕 그것을 파괴하고 멸실시켜 왔습니다.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지금부터라도 우리는 그것을 복원하고 가꾸어가야 하겠습니다. 민초들의 삶을 싣고 7백리 유정하게 흐르는 한강수를 생태적으로 최선을 다해 복원하고 왕조를 상징하던 북악을 품고 있는 한양 도성, 지난 600년 백성과 왕조를 아우르던 그 보물을 되살릴 것입니다. 우리의 정신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환경이 오늘날 우리의 정신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이 먼저인지 물을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정신을 날로 새롭게 하기 위해서라도 전해져 내려오는 역사적 · 생태적 환경의 근본을 회복해야 합니다.
4. 익숙한 것과의 이별이 어려운 이유-제돌이를 생각하다
사람이 가장 잔인한 동물이야. 해가 지는 곳에 있는 자작나무 건물에서 내가 직접 봤어. 사람들은 너희 가죽을 모두 벗겨내 버릴 거야. 뼈까지 고기를 잘라 낼 거고, 골수까지 비워낼 거야. 너희 아이들은 목이 잘리고 머리가 뜯겨 나갈 거야. 들어봐, 소들아! 내가 말하는 걸 잘 들어봐! 나와 같이 도망가자. 오늘 나랑 도망가지 않으면 언젠가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할 거야!
울타리를 부시고 도망치자는 선동을 하는 이 소는 ‘에트르’(존재)라는 자기 이름을 가진 생각하고 사람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소입니다. 그리고 우연히 도살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소의 학살 장면을 모두 목격합니다. 그 이후 목초지의 풀들이 모두 살을 찌워 도살하려는 인간의 탐욕에 기인한 것임을 알아차리고 소들의 탈출을 선동합니다. 그러나 모든 소들이 그 말을 알아듣지는 못합니다. 간신히 자신의 아들인 송아지와 함께 철조망을 부수고 탈출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대자연의 자유 앞에서 ‘에트르’는 자연과 그것이 제공하는 위대한 자유를 만끽합니다.
저 해 말이야. 해를 자세히 봐. 이 해는 목장 위로 똑같이 떠오르는 해야. 똑같이 따뜻한 빛을 주지. 해가 뜰 때 우리도 일어나고 말이야. 사람이나 소나 똑같이 같은 해 아래서 깨어나. 해는 소나 사람이나 구별 없이 따뜻하게 덥혀주지. 해는 사람이든 소든 아무런 차별도 하지 않는다고.
얘야, 저 절벽까지 간다면 새로운 세상이 있을 거야. 저기에는 어떤 소도 손대지 않은 들판이 우리에게 와서 먹어치워 주길 기다리고 있을 거야. 거기에 있는 모든 것은 우리의 목초지인 거지. (중략) 우리는 울타리와 농장주나 사료가 없이도 함께 살 수 있을 거야. 이 숲만 지나면 우리 스스로 우리의 삶을 통제할 수 있는 세상을 보게 될 거야.
꿈꾸는 소 ‘에트르’의 꿈은 계속됩니다. 그것은 그가 지금까지 지내오고 목격했던 농장, 즉 농장주에 의해 통제되고 사육되던 세상과는 전혀 다른 이상향입니다. 인간이 아니라 바로 자신에 의해 통제되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을 꿈꿉니다.
송아지야,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는 소에 대한 가장 중요한 비밀을 이야기해주지 않았어. 그건 바로 모든 소들이 자유롭게 거니는 싱싱한 풀이 우거진 목초지가 있다는 거야. 이 절벽 너머에 그 곳이 있어. 그곳은 인도라고 부르지. 농장주와 남자가 하는 말을 엿들었어. 그곳에는 신이 소들을 지켜준대. 왜냐하면 소가 아이들을 지켜주기 때문이지. 상상해봐! 소는 동물 중에서 가장 우월하다는 거야.
‘에트르’의 말처럼 인도는 소가 신으로 떠받쳐지는 나라입니다. 소로서는 가장 이상향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바로 저 절벽 너머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너무나 먼 곳에 있다는 사실이 문제입니다. 자신들을 자유롭게 만든 그 야생의 대지는 결코 그들을 반기지 않습니다. 무수한 어려움이 이들 앞에 닥칩니다. 그러나 그 어려움 중의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익숙함과의 결별입니다.
송아지는 내가 어떻게 구슬려도 내 옆에 눕지 않는다. 꼬리를 흔들고 귀를 쫑긋 세우며 우리가 걸어온 숲 속 길을 응시한다. 송아지는 콧김을 내뿜는다. 송아지는 케일이 먹고 싶을 것이다. 송아지는 목초지의 풀이 먹고 싶을 것이다. 송아지는 목장생활의 가장 큰 익숙함이 그리울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 송아지는 이 사실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마침내 코요테의 공격을 받아 결국 송아지는 운명하고 맙니다. 자신도 결국 그 농장으로 되돌아가고 맙니다. ‘에트르’ (존재) 에게 닥친 운명은 참으로 비극적입니다.
저는 이 우화를 보면서 서울대공원 동물원이 야생의 바다로 보내려고 하는 ‘제돌이’가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제돌이’는 ‘에트로’와는 달리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여러 가지 차원에서 다르기 때문입니다. ‘에트르’와 달리 ‘제돌이’는 이미 자유로운 바다를 몇 년이나 헤엄쳐 다닌 추억과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의 말씀대로 제돌이는 익숙했던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트로’는 하나의 우화속의 주인공에 불과하지만 ‘제돌이’는 지적 사고능력을 가진 돌고래이고 실존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인공의 쇼 장에서 바다로 무사히 돌아간 돌고래의 여러 사례도 함께 확인하였습니다.
‘제돌이’의 제주도 앞바다로의 귀환은 우리가 엄숙하고 신성한 자연으로의 회귀를 상징하고 파괴와 정복의 역사로부터 자연과의 공생과 소통의 관계로 전환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그것은 진정한 문명의 발전이고 진화라고 저는 믿습니다. 이 실험이 성공하느냐 하지 않느냐를 넘어 이러한 시도 자체가 그동안 생태적 사회에의 고민과 실천을 해 온 한국사회와 그 지식인들의 성취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비록 우화에 불과한 이 책의 이야기로부터 우리가 받는 성찰과 감동은 그 시도와 노력이 정당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2012년 8월 1일 오후 8시 완독)
5. 우리 모두 가까이 지내요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길 잃은 강아지 순심이와 함께 살면서 더 많은 친구가 생겼고, 더 많은 할 일이 생겼고, 더 많은 꿈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순심이는 내 삶의 축복이 되었습니다.
국민가수 이효리의 삶은 이렇게 바뀌었습니다. 유기견 순심이와의 만남 - 그것은 그녀의 삶을 전환시킨 일대사건이었습니다. 자궁축농증을 앓고 있었고, 한쪽 눈을 실명한 순심이. 깡마른 몸에 눈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덥수룩한 털, 우울한 눈빛을 효리씨는 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사실 그녀가 설명한 것만으로도 순심이는 어느 누구도 데려가지 않을 유기견 그 자체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그 못나고 처량하고 처참한 모습이 마음 착한 효리씨의 눈물샘을 자극했고 순심이를 입양하기에 이르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후 이효리의 삶은 바뀝니다. 무엇보다도 이 순심이릍 통하여 많은 것을 깨달아갑니다. ‘(개들은) 주인이 부유한지 예쁜지 따위 상관하지 않는다. 한번 마음 주면 한결 같다. 무조건 적인 사랑’을 느낍니다. 사실 저 역시 서울이와 희망이,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며 개는 인간보다 더 위대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때로는 (실은 거의 모든 경우에) 사람보다 신실하고 사람보다 충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을 보면 효리씨가 처음부터 동물애호가였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랫동안 집안과 함께 했다가 보신탕집에 팔려간 메리, 애견샵에서 데려왔다가 가수로 바쁜 일정 때문에 소홀하게 돌보다가 부모님께 맡겨지고 그 후 결국 집을 나가버린 빠삐용과의 아픈 추억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주변의 권유로 키우기 시작한 고양이 미미와 코코,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주어 함께 키우게 된 고양이 순이, 길고양이 삼식이도 그녀의 가족이 되었습니다. 이 동물들을 키워나가며 동물들에 대한 사랑도 함께 키워갔던 것입니다. 동물에 대한 깨달음과 동물사랑 실천의 깊이를 더해갔습니다. 사람들의 방치와 실수, 무관심 등이 뜻하지 않게 동물들의 죽음과 불행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
측은지심에서 시작된 이효리의 동물인식은 이제 새로운 단계에 접어듭니다. “인생을 바꾼 3초” - 바로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 광고자막이었습니다. <MBC 스페셜 - 도시의 개>라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았을 유기견들의 참혹한 모습, 애견시장의 문제점, 개 공장에서 상품이 되어버린 생명들, 방치되고 학대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들이 그려진 방송이었습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본 이 방송이 바로 자신의 삶을 그것을 보기 전과 후로 나누어 버릴 정도로 바꾸어버렸습니다.
그 후, 이효리는 동물보호운동가로 나서게 됩니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의 회원이 되었고 그 캠페인에 적극 동참합니다. 알아야 힘이 된다고 하면서 동물들이 처한 현실을 찾아보고 구제역 생매장 현장, 공장 식으로 사육을 당하고 있는 동물들,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지역에서 자행되는 모피동물에 대한 학대의 실상과 관련된 이야기를 찾고 읽고 공부했습니다. 그 심각성을 깨닫고 단단한 다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채식주의자가 되었고 모피반대운동가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효리씨는 자신의 모피코트와 명품 백들을 버립니다. 당대 최고의 가수로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녀는 노력하고 변화를 일구는 사람입니다. 영화감독 임순례 선생은 그녀를 이렇게 평가합니다.
지난 일 년 간 그녀의 동물보호 활동이 대중에게 미친 영향력은 내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일단 본인이 유기견 순심이를 입양하고 지속적으로 유기견 보호소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유기견 입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크게 증폭시켰고 채식주의를 공개적으로 선언함으로써 육식에 대해 많은 이들이 다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모피반대에 대한 용기 있는 발언 역시 대중에게 긍정적 파고를 미치고 있다. 그녀의 거침없는 기부와 봉사활동, 동물 이슈에 관한 창조적이고 전방위적인 활동은 한국 동물보호운동을 유난하고 별난 짓이 아닌 친숙하고 대중적인 콘셉트로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싶다.
이렇게 이효리는 ‘동물들의 수호천사’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나는 오래전부터 명사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왔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명성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스스로 행동하면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발전을 이룩하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원자폭탄 발명에 결정적 계기를 제공했던 아인슈타인은 인생 후반기를 평화운동에 매진함으로써 훨씬 더 존경받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명한 탈렌트 김혜자씨가 아프리카 아이들의 어머니가 된 것도 조용한 감동이었습니다. 효리씨는 바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대변할 수 없는 동물들의 대변자가 된 것입니다. 이 책에 인용하고 있는 시입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너 자신이 결코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회복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내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당신이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세기의 배우, 오드리 햅번이 1992년 크리스마스에 자녀들에게 들려주었던 미국 작가 샘 레벤슨의 시입니다. 오드리 햅번 역시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고 사랑함으로써 인류의 존경을 받았던 아름다운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만큼이나 효리씨도 존경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효리씨의 또 하나의 인생 롤 모델은 프랑스의 전설적인 뮤지션이자 배우, 패션 아이콘인 ‘제인 버킨’이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애장품, 에르메스 시계를 효리가 조직한 바자회에 내놓는 것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는 자신에게 ‘물건은 나에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요, 내게 가치 있는 것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나눔이에요’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단박에 눈곱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를 자신의 롤 모델로 정해버렸다고 토로합니다.
효리씨가 하는 이 동물사랑운동에 두려움이나 망설임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녀가 하는 일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거나 회의하곤 했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삶을 살고 있는 나는 가끔 갑작스런 공포에 직면하곤 한다. 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선택한 이 길을 되돌아 나오게 되는 건 아닌지. 그 길의 한가운데서 길을 잃는 것은 아닌지. 어느 날 갑자기 동물에 대한 애정이 사라지고,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내 인생의 황무지가 되어버리는 것은 아닌지. 과연 흔들리지 않고 언제나 한 방향을 향해가며 살 수 있을 것인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미래가 걱정될 때면 제인 구달이 해준 이야기를 다시 떠올린다.
제인 구달은 효리씨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인간이 품성을 지닌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합리적 사고와 문제 해결을 할 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기쁨과 슬픔과 절망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고통을 아는
유일한 동물이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덜 오만해질 수 있다.” -제인 구달.
그리고 효리씨는 자신의 인생의 최종목표를 책에서 이렇게 밝힙니다. ‘나는 내 몸이 견딜 수 있을 만큼 일을 하고 가지고 있는 것을 조금씩 덜어내고 결국에는 동물들과 자연 안에서 소박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내 영향력 아래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서울시청에서는 동물들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부서가 팀조차 하나 없었습니다. 일단 동물보호과라도 하나 만들어서 제대로 실상을 파악하고 정책을 만들고자 합니다. 이제 나도 국민가수 이효리씨 때문에 바뀌었습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바뀔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효리씨! (2012년 8월 1일 밤)
6. 미안해요! 반지하 단칸방 서식지의 모든 이여!
이것은 아마도 작가 최규석 자신의 자전적 체험만화이리라. 대학시절, 또는 청년만화가로서 그는 실제 궁상을 떨지 않을 수 없는 삶의 거친 경험으로 가득한 청춘을 보냈으리라.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삶의 경험인 듯 한 이 네 페이지에 불과한 짧은 묘사를 통해 젊은 청춘들이 겪지 않으면 안 되는 보편적 삶의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있다.
‘습지’라는 단어 자체가 이미 이 만화의 모든 것을 상징하고 있다. 바로 반 지하 단칸방인 것이다. 반지하이니까 당연히 눅눅하고 습할 수밖에 없다. 짜증나고 우울한 나날이 연속될 수밖에 없다. 거기에 4명이 단칸방 하나에 살고 있으니 일거수일투족이 서로에게 부담이 되고 영향을 미친다. 일상이 모두 사건이 되는 곳이다. 중요한 것은 한 번 한 번의 사건이 아니라 그것이 연속되는 삶의 ‘생태’가 되는 것이다.
밤새 꺼지지 않는 형광등. 방 안 가득 자욱한 담배연기, 때에 절어버린 이불, 빈틈없이 들어찬 짐들 - - -. 누군가는 비참이라 말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행복하다. 세상의 번잡함과 호화로움에 눈 돌리지 않는 친구들과 나를 이 땅에 서게 해주는 소중한 꿈이 있으니 혹 내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슬퍼할 일은 - - - 없을- - - 잘 데가 없다!!! (안분지족, p.79)
이 한 단락의 만화에서 이 ‘습지생태보고서’의 진면목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습지의 생태가 눈에 그대로 보인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하루도 견디지 못할 상황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스스로 행복하다고 토로하는 주인공.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하는 주인공. 그런데 잘 데가 없다. 비참한 현실이 아무리 노력해도 도망가지 않았다.
도대체 어느 지역의 커피 가격이 5만원을 상회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에게 있어 5만원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병원비까지 아껴가며 보내주신 용돈의 일부이며, 꼬박 하루를 노가다판에서 굴러야만 만질 수 있는 액수이다. 그럼에도 ‘쪼잔’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전국의 가난한 자취생들에 대한 모독이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서민들의 희망을 건실한 삶의 자세를 호도하는 비양심적이고 비열한 화법이라 볼 수 있고,(천하무적,p.51)
의인화된 주인공 중의 한명 (한 마리의 사슴)인 녹용이가 ‘쪼잔하다’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주인공 최군이 항변하는 내용이다. ‘쪼잔’할 수밖에 없는 생활인데 ‘쪼잔’하다는 것에 대해 이토록 열변을 토하는 것은 그만큼 이들이 스스로의 삶에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명확히 드러내는 것이리라.
어찌 보면 청춘들이니 참고 견디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어찌 보면 그것은 청춘의 한 시기이니 많은 것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할지 모른다. 나 역시 고등학교 입시에 떨어진 재수생으로서 1년여를 독서실에서 지낸 적이 있다. 그래서 나도 견뎠으니 여러분도 견뎌라 라고 말하는 오류를 범할 수도 있겠다. 물론 견딜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꿈꿀 수 있을 때에 가능하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의 이야기이다. 그간 청년 명예 부시장으로부터도 또 많은 청춘들에게서 꿈꾸기 불가능한, 견디기 어려운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우리 사회에는 고시원에 몸을 누이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빚이 줄지 않는, 학자금 등을 이유로 부채에 청춘의 대부분을 저당 잡힌 젊은이들이 부지기수이다.
그러나 그것이 어찌 인생의 한 구비라고 치부해 버리고 우리는 눈을 돌릴 수 있는가. 쪽방이나 고시원 같은 이른바 준 주거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온전한 주거의 수준에 미달하는 주거형태-에 사는 사람들이 서울에만 40여 만 명이라고 한다. 이러한 환경은 작가 최규석 스스로 서울을 떠났듯이 많은 청춘들이 서울에서 살지 못하고 다른 수도권이나 지방 도시로 떠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서울시장으로서 이 가슴 아픈 상황을 그대로 두고 볼 수는 없다. 그것이 비인간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서울의 미래를 위해서도 용납하기 어렵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 반드시 우리 젊은이들의 습지탈출을 위한 주거전략을 만들 것이다.
(2010년 8월 1일 밤)
7. ‘안철수의 생각’에 대한 나의 생각
잘 아는 사람의 책이나 글을 읽기가 쉽지 않다. 이미 그의 생각을 다 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안철수 교수와는 오래 사귀어 온 사이로서 구태여 책을 읽어야 할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궁금증도 없지 않았다. 어떤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아무리 내가 그를 잘 아는 편이라고 하더라도 사실 세세한 분야에서 그의 생각은 나로서도 궁금한 바가 크다. 더구나 단순히 그가 살아온 의사, 벤처기업가, 청년들의 멘토, 컴퓨터 백신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넘어 이제 그는 국정을 총괄하는 자리로의 시대적 요구를 받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니 과연 안원장은 온갖 이슈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안철수의 생각]이 낙양의 지가를 올리는 이유가 바로 그런 궁금증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편저자인 제정임 교수가 밝힌 것처럼 사실 나도 [안철수의 생각]을 읽고 많은 편견과 오해를 풀었다. 나 역시 그는 “의학과 정보기술 배경을 가진 기업인 출신이니 경제와 과학기술 등에는 전문성이 있겠지만, 그 외의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서는 깊이 알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없지 않았다. 경제민주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관계, 남북관계, 복지, 민주화와 산업화 등에 대해 상당한 지식과 고민을 드러내 주었다. 솔직히 말하면 아주 미세한 부분을 제외하고 거의 생각이 같아 안도감이 더 깊어졌다.
사실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을 보면 단순히 그 분야에서의 전문가만은 아니다. 그 분야에서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과정이나 성취하는 노력의 과정에서 보편적 진리와 경험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안 원장은 의사와 정보기술이라는 분야의 전문성뿐만 아니라 그것을 기업화하고 경영과 접맥하여 성공해 본 사람이다. 후에 다시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하면서 국제적 흐름을 익히는 계기도 가졌다. 더 나아가 정부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서 국가정책을 관찰. 분석하고, 포스코의 이사로서 오랜 기간 국제 경제 환경을 견문해 보았다. 사회적 이슈나 정치적 문제, 심지어 남북문제에 관해 그가 가지고 있는 보편타당한 인식이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그의 삶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이다.
꼽아보니 그 뿐만이 아니다. 내가 운영했던 아름다운재단이나 희망제작소의 이사 또는 강사로서 오랜 기간 동안 도와주었다. 사실 바쁜 것으로 따지면 온 나라에서 첫 번째일 그가 대전에서 서울까지 매주 오가며 이러한 물질적 부와 별 관계가 없는 봉사하는 일에 헌신했던 것을 사람들은 잘 모른다. 그가 성공적인 삶을 살면서 늘 기부와 희생의 가치를 실천해 왔던 일 역시 우연이 아니다. 기업을 성공시킨다는 것은 좋은 행운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신속한 결단과 강한 의지, 추진력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잘 나가는 기업을 수 백 억 원에 사겠다는 외국기업의 제안을 거부하기도 했고, 오히려 그 큰 재산을 사회 환원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정리한 대로 ‘강’하면서도 ‘착한’ 성격의 소유자인 것이다. 나는 이러한 안철수 교수의 ‘생각’에 동조한다. 그러나 그는 그 ‘생각’을 넘어 그 생각을 ‘실천’해 온 삶을 살았기 때문에 나는 그의 ‘생각’ 을 신뢰하고 지지한다. (2012년 8월 2일 오전)
8. 그럼 나도 서울이 좋다- 젊은 건축가 오영욱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를 읽고
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다이나믹한 도시 중 하나인 서울에 머무시는 동안 많은 추억거리를 만드시길 기원합니다. 참고로 당신이 서울을 즐기실 수 있도록 몇 가지 가벼운 팁을 드리려고 합니다. 일단 주의할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서울에는 유독 인도가 없는 길이 많습니다. 6미터 정도 되는 폭을 지닌 도로를 주차되어 있는 자동차와 움직이는 자동차, 오토바이와 유모차 그리고 보행자들이 공유합니다. 처음에는 낯선 도로의 시스템이겠지만 곧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길에서는 차와 오토바이가 먼저 지나갈 수 있도록 눈치를 보면서 걸어 다니면 됩니다. 길 가운데를 걷다가 뒤에서 오는 자동차가 빵빵거린다고 놀라거나 기분 나빠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건물은 ‘아파트’라고 불리는 집합주거단지입니다. 한국은 상당히 작은 나라인데다가 국토의 70%가 산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도시에 모여 삽니다. 땅이 좁고 비싸다 보니 닭장 같은 건물에 모여 사는 것을 좋아합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는 프라이드치킨인데 경이로운 배달시스템에 의해 닭장속의 닭들이 튀겨진 채로 닭장 같은 아파트의 각 세대로 전달됩니다.
서울에서 가장 관심을 가질 만한 것은 그들의 디자인입니다.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옛것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은 서울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가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일궈가는 중입니다. 그들은 그 역할을 외국인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해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선 도시에 기적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합니다.
그렇습니다. 서울은 기적의 도시입니다. - - 절름발이가 계단을 경쾌하게 뛰어오르고, 눈먼 장님이 당당하게 무단횡단을 합니다. 분명 한달 전까지만 해도 성업 중이던 가게가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다른 업종의 가게로 순간적으로 변신이 되고, 골목길이 아름다웠던 동네가 다시 찾아가보면 그런 동네가 언제 있었냐는 듯 길과 건물들이 말끔하게 사라져 버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 - (p.302)
젊은 건축가 오영욱이 쓴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의 거의 마지막 부분이다. 자학적인 고백이고 토로이다. 외국인이 쓴 것이 아니어서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이런 언급과 결론이 비밀도 아니다. 지나온 서울의 도시정책이 이렇게 만들어왔다. 서울의 행정 책임자로서 부끄럽기 짝이 없다. 조금만 더 체계적이고 생태적인 가로와 도로시스템을 갖추었다면, 좀 더 인간적인 고려가 그 안에 있었다면, 좀 더 우리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고 남겼더라면, 좀 더 주체적인 건축과 디자인을 가미했더라면, 좀 더 지역의 공동체와 마을의 모습이 남아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과 한숨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 오영욱이 서울의 곳곳을 방문하며 미세하게 그려주는 서울의 모습이 반드시 절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라는 책 제목 속에 이미 희망과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단서가 있다. 그가 묘사해 주는 서울의 지점과 지역, 건물과 거리는 그 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도시정책이 예상하지 못한 일상의 삶들이 남아 서울의 정체성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맞다. 행정이 거창하게 도시를 이렇게 만들겠다고 하는 선언이나 정책보다도 시민들이 삶의 무게와 세월의 이끼를 껴안고 살아가는 모습 자체를 존중하고 지키는 노력만 해도 서울은 자신의 정체성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석촌 호수 . 킹콩 건물 . 테헤란로 . 남산 . 홍대앞 . 봉은사 . 이화여대 캠퍼스 . 서태지 건물 . 청담동 . 가로수길 . 국회 의사당 . 경동 교회 . 한강 다리 . 청와대 . 이마 빌딩 .국립 민속 박물관. - - - 우리가 그냥 지나치고 말았을 많은 곳을 오영욱 건축가는 세심히 안내하며 건축적 비평과 성찰의 세계로 안내한다. 강남역 부근 서초삼성타운에 둘러싸인 ‘윤빌딩’ 이야기나 ‘서태지 건물’이야기는 어떻게 그런 것들을 찾아냈는지 신기할 정도이다. 그리고 그 건물에 얽힌 이야기들을 통해서 우리에게 깊은 성찰을 준다. 그 중에서 몇 가지 내 뇌리에 박힌 인상적인 분석이나 주장을 정리해본다.
①일본은 세계적인 건축 강국이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20세기 후반에 끊임없이 자국의 건축가들을 키워왔던 국가차원의 내력이 있다. 수많은 공공프로젝트들을 통해 일본의 건축계는 내공을 키웠고 이제는 세계건축계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해 왔다 (p.57).
②나는 우리 도시에 보다 많은 테라스와 옥상이 적극적으로 생겨나 건물 내부의 사람들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누군가 서울을 한마디로 정의하라면 ‘옥상의 도시’나 ‘테라스의 도시’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p.67)
③슬픔을 안고 길을 나선다면 계동 길에 가볼만하다. 서울의 옛 정취로 가득한 익숙함이 남아 있기에 우리나라에 위치한 어느 길보다도 편안한 곳이다. 그곳에서는 시간이 잠시 속도를 늦춘다. - - 시간은 돌이킬 수 없지만 지금 흐르는 시간만이라도 붙잡아놓아 지난 일에서 멀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p.87)
④나의 시각으로는 그(서태지)의 음악과 그의 존재와 그의 건물이 어울리지 않았다. 기이한 형태로 확연히 튀는 건물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로 마치 신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건축처럼, 보다 무미건조하고 은둔적인 입면을 내세우지만 그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이 펼쳐지는 그런 장소를 상상했다. 꼭 그런 것이 아니더라도 흔한 상업적 건물은 아닌 디테일이 살아있다거나 새로운 입면 비례를 가진 뭔가 건축이라고 부를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 -그는 분명히 좀 더 많은 걸 투자해서 보다 괜찮은 걸 만들 수 있는, 세상에 몇 안 되는 ‘건축주’일 수 있었던 것이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어쩌면 건축가가 아니라, 도전하고자 하는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축주일 수 있기 때문이다.(p.116)
그래 맞다. 서울시도 중요한 ‘건축주’이다. 우리 서울시는 과연 “도전하고자 하는 건축가들에게 기회를 주는 건축주”였는가? 서울시부터 좋은 건축주이기를 다짐한다. 그리고 보다 많은 국내 건축가들에게 공공프로젝트의 역할을 맡기고 그럼으로써 한국의 건축가들이 국제적으로 좀 더 많이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2012년 8월 2일 오후 독서)
9. 미래의 거대 변화, 행정은 준비되었나?- [더 체인지-매가트렌드로 보는 미래 비즈니스]가 행정에게 주는 메시지
기업의 수명단축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그 주기가 급격히 빨라지고 있으며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기업이 불과 1,2년도 안 되어 문제기업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시가총액 2,000억 달러‘, ‘선택과 집중의 모범사례’, ‘끊임없는 사업구조 변신의 귀재’ - - -몇 년 전만 해도 노키아 하면 바로 이런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가총액과 점유율 모두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위기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노키아의 시가총액은 애플보다 40배 정도 많았지만, 지금은 애플의 기업가치가 노키아를 10배 이상 압도하는 형국이다.(p.15)
오늘날 기업을 둘러싼 주. 객관적 상황은 이토록 심각하고 엄중하다. 문제는 이것이 노키아나 전자, IT산업분야만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의 저자 톰 피터스는 자신이 책에서 초우량기업으로 주목했던 43개 기업 중 3분의 2가 망하거나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하는데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고 한다. 저자인 김재윤 SERI 기술 산업 실장은 이러한 기업수명 단축의 가장 큰 원인은 혁신 사이클이 너무나 짧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혁신 사이클이 단축되면 제품이나 기술의 범용화를 촉진하여 선발자의 이익이 급격히 축소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랩톱컴퓨터를 1985년 일본 도시바가 처음 개발했는데 25년인 지난 지금, 시중에서 판매되는 일반적 랩톱 컴퓨터는 초기 모델과비교하여 성능은 300배 좋아졌지만 가격은 90%이상 떨어졌다는 것이다.
빠른 기술혁신은 또한 낯선 경쟁자를 출현시키고 기존의 산업질서를 재편하곤 한다.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기술과 아이디어로 새로운 강자가 부각되고 과거의 주인공은 퇴출되거나 몰락한다. 방송국의 가장 큰 위협은 동종 미디어기업이 아니라 애플이나 유튜브라고 할 정도로 엉뚱한 영역이 경쟁자로 떠오른다. 다시 말하면 누가, 언제, 어디서 경쟁자로 떠올라 자신을 위협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러한 저자의 분석과 지적을 보면서 나는 모골이 송연해졌다. 기업은 이런 분석과 대안, 대비를 하고 있지만 과연 행정부와 공공기관에는 이런 위기 · 위협요인에 대해 제대로 분석이나 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대안을 만들고 대비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사실 관료시스템은 이러한 변화요인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세금은 늘 걷히고, 정책의 실패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기업은 그 자체로 사라질 수 있지만 정부는 늘 그 자리에 있다는 착각을 하고 지낸다. 기업환경 못지않게 공공행정의 환경도 변화하고 있다. 마땅히 그 변화에 조응하여 새로운 패러다임, 새로운 조직체계, 새로운 정책, 새로운 인재를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에 있어서 미래의 가장 큰 변화는 업종의 변화라고 한다. 사회와 소비의 패턴이 자꾸 바뀌니 업종도 바뀌지 않을 수가 없다. 지멘스나 IBM은 회사차원에서 심도 있게 미래를 연구하고 회사의 집중점을 잡고 있다고 한다. IBM은 ‘글로벌 이노베이션 아웃룩’이라는 세션을 운영하고 있고, 지멘스는 Picture of the Future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래의 기업환경을 정리하고 사업방향을 제시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IBM의 미래사업의 핵심 키워드는 교통 · 금융 · 건강 · 인프라 · 물 등에 IT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서비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으로 정했고, 지멘스는 에너지, 헬스 케어, 인프라 스트럭쳐 부문의 개척자로 자신의 미래 집중사업으로 정했다고 한다.
저자는 3대 메가트렌드로 인구의 변화, 도시화, 기후변화 세 가지를 꼽고 있다. 이것이 향후의 산업구조와 판도를 바꿀 것이다. 여기에서 파생될 신사업으로 에너지, 헬스 케어, 인프라스트럭처 세 분야를 들고 있다. 이것은 IBM이나 지멘스 같은 글로벌기업이 집중하려는 사업영역이기도 하다. 좀 더 확대해서 이야기하면, 고령화에 따른 에이징 솔루션 사업, 1-2인 가구 대응사업, 안전비즈니스, 도심형 서비스업, 에너지 효율화사업, 식량비즈니스 등이 포함된다.
인구의 고령화는 한국사회, 서울시로서도 심각하게 준비해야 할 일이다. 노인들의 복지와 건강, 의료, 일자리는 향후 점점 더 중요해 지기 마련이다. 특히 한국에서의 베이비부머 세대,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산업화시대를 살고 이제 은퇴하는 이들에게 맞춤형 행정은 꼭 필요한 시기이다. 거의 절반에 이르고 있는 1-2인 가구 역시 기업뿐만 아니라 행정이 정책결정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인구학적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가장 중요한 도전은 도시화와 이로 인한 인프라의 문제이다. 지금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은 도시에 살고 있고 1천만 이상의 메가시티가 24개가 있다고 한다. 메가시티로 변할 가능성이 있는 슈퍼시티(500만 이상의 인구)가 35개나 있다고 한다. 서울은 그동안 상하수도 . 전기 . 지하철 . 대중교통 . 도시안전 . 정보화 등에 있어서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준의 인프라와 서비스 질을 확보하였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런 도시경험을 수출하자는 것이다.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다른 외국 도시에 그 경험을 전수하고 때로는 수익을 창출하면서 다시 내부로 우리의 인프라와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자는 것이 나의 생각이자 전략이다. 이미 이것을 기업적으로 해결해보겠다는 것이 지멘스의 인프라&도시 부문이다. 나는 그 CEO를 지난 리우에서 만나면서 서울시가 그 지멘스의 경험을 잘 배우면서 아시아지역에 집중해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영감과 격려를 얻었다.
어찌 보면 오늘날 기업, 정부, 시민사회 세 섹터는 새로운 관계로 진입하고 있다. 자신의 영역을 넘나들며 때로는 경쟁과 또 때로는 협력을 통해 윈윈 하고 있다. 기업이 공공의 영역으로 침입하기도 하고 정부나 시민사회 역시 영리사업에도 진출하기도 한다. 이제 공공이라는 것이 정부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동시에 수익사업이라는 것이 반드시 기업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서울시도 이 메가트렌드와 사회발전에 예의 주시하고 통찰하면서 현재의 위기와 미래의 도전을 잘 극복해 가야 할 것이다.